광고이야기

김태호PD와 MBC 리스크, 첫번째 이야기

둘리소년 2021. 9. 8. 09:12

필자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MBC의 가장 큰 자산은 김태호고 MBC의 가장 큰 리스크 역시 김태호라고 말해왔었다

 

사실 업계에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아는 사실이었다. 과거를 돌아보자

김태호PD가 시청률 5% 미만(그당시엔 5%는 지금과 달리 망한 시청률이다)으로 고전중이던 무모한 도전을 맡아보겠다고했던게 2005년 즈음으로 기억한다. 솔직히 당시 MBC 콘텐츠를 분석하던 입장에서 그가 만든 무한도전은 이해하기 힘든 프로그램이었다. 망할거라고 생각했다. 부끄럽지만 그랬다.

 

포맷에서의 정형화가 일상이었던 당시의 시각에서 매번 포맷을 바꾼다는 것은 제목만큼이나 무모하게 보였다. 

물롬 처음에 프로그램이 자리잡기 위해서 포맷을 바꾸는 것은 당연한 프로세스다. 그 후 포맷이 인기를 얻게 되면 통상적으로 유지보수를 해가며 프로그램을 그야말로 유지하는 것이 정석이었다. 다들 그렇게 믿었다.

 

그런데 이 괴짜 같은 프로그램은 설령 시청률이 해당회차에 잘 나와도 다음 회차에는 전혀 다른 스토리를 풀어내고 있었다. 물론 그렇게 해서 성공할수도 있지만 제작진의 피로감 그리고 시청자들의 피로감을 감안하면 참으로 ROI가 나오지 않는 행위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 후의 스토리는 다들 아는대로  그가 옳았고 우리가 틀렸다. 2007년 이후 그는 전설의 반열에 올랐다. MBC의 신입 PD들이 가장 가고 싶은 팀으로 무도를 꼽았다. 무한도전은 MBC의 역대 아니 한국 방송 사상 최고의 예능으로 자리 잡았다. 광고시장에서 무한도전의 가치는 역대급이었다. 

 

그의 도전은 그 후로도 이어졌다. 전설같은 이야기들이 쏟아졌다. 특히 살인적인 업무 강도에 대한 이야기였다.

 

그 즈음으로 기억한다. 종편이 나오고 콘텐츠 제작사들이 늘어나면서 MBC의 유능한 PD들이 스카웃된다는 소문이 돌았고 김태호 PD가 그 중심에 있었다. 살인적인 업무 강도를 혼자 연봉과 소액의 인센티브를 받으며 다니고 있는 김태호PD를 누구나 탐낼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그 소문을 일축했다. MBC 노조에서도 MBC에 대한 '로열티'가 강한 '그'라며 김태호 PD가 이적하는 일은 없을것이라 확신했다. 그리고 잠시 휴식을 갖기도 했지만 무한도전은 지속적인 위기설 속에서도 저력을 발휘하며 레전드로서의 명성을 이어갔다. 

 

김태호PD라는 이름은 어느새 MBC와 동급 또는 그 이상의 가치를 갖게 되었고 상대적으로 후배 PD들의 성장은 더뎠다. 그 와중에 여운혁 PD를 비롯한 베테랑들이 종편으로 이적해버렸고 후배PD들 역시 타사로 적을 옮기게 되었다.

 

점점 김태호PD에게 지워진 짐은 무거워져만 갔고 그럴수록 누구도 말은 못했지만 불안감은 커져갔다. 

그 와중에 MBC의 파업이 있었고 휴방이 있었고  그리고 무한도전은 생각보다 빠르게 생각보다 조용하게 종영했다. 

 

그 후 같이 펀딩등을 통해 새로운 시도를 했으나 여의치 않았다. 고민끝은 그는 그의 페르소나이자 동지이자 라이벌이자 애증의 짝인 유재석과 재결합하였고 부캐를 앞세운 놀면뭐하니로 성공적으로 방송시장에 돌아왔다.

 

그러나 달랐다. 이대로는 시간문제였다. 더이상 버티기 힘들것이란 얘기가 나왔다. (내일 이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