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그램 비평 11

개그의 성공적인 계승을 꿈꾼다, 개승자

2010년대 초반까지도 TV 코미디 프로그램의 대명사였던 ‘개그콘서트’는 2010년대 후반을 맞이하며 서서히 시청률과 화제성 모두 약해져 갔다. 스타의 산실이라는 수식어도 민망할 정도로 스타 발굴에서도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 이유는 단순하다. 2010년부터 10년이 채 안 되는 사이, 관계자나 전문가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빠른 속도로 사람들은 TV 앞을 떠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에 제작사들은 새로운 길을 찾기 시작했고, 그중에서도 넷플릭스가 가장 적극적이었다. 넷플릭스는 변방에 놓여있던 ‘스탠드업 코미디’의 가능성에 승부를 걸었다. 곧 미국의 스탠드업 코미디 실황 영상을 한국에 속속 서비스하면서 다시 이목을 모으기 시작했고, 방송인 유병재와 개그맨 박나래 등의 스탠드업 코미디를 편성하기도 ..

프로그램 비평 2021.12.06

오래된 새로운 시작, 연모

이젠 연모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가 없다. 연모는 쌍둥이로 태어나 여아라는 이유만으로 버려졌던 아이가 오라비 세손의 죽음으로 남장을 통해 세자가 되면서 벌어지는 비밀스러운 궁중 로맨스 드라마라고 소개하고 있는데 쉽게 말해 그냥 궁중 판타지 로맨스다. 20부작 월화드라마. 만화를 기반으로 한 드라마라 설정 자체에서 판타지적 요소가 무척 강하다. 궁을 배경으로 했을 뿐 기존 사극의 서사는 찾기 어렵다. 쌍둥이에 대한 터부 정도 외엔 역사적 사실이나 시대상을 반영했다고 볼 대목이 없다. 그럼에도 굳이 시대극의 형태로 로맨스 판타지를 펼치는 이유는 하나다. 신분제 사회의 구현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신분의 차이에서 발생하는 비밀 그리고 애틋함은 로맨스의 좋은 소재가 될 수 있고 현대극에서는 구현하기 힘든 설정도 ..

프로그램 비평 2021.11.04

기대되는 새 사극, 박은빈 로운의 연모

새로 시작한 연모 이야기를 안할 수가 없다, 연모는 쌍둥이로 태어나 여아라는 이유만으로 버려졌던 아이가 오라비 세손의 죽음으로 남장을 통해 세자가 되면서 벌어지는 비밀스러운 궁중 로맨스 드라마라고 소개하고 있는 데 쉽게 말해 그냥 궁중 판타지 로맨스다. 20부작 월화드라마. 눈에 띄는 화면 보는 재미 요즘 시청자들의 특징적인 면은 스토리가 조금은 부족하더라도 미적 가치가 동반된다면 시청자들은 보는 재미라는 점에서도 점수를 준다는 점이다. 그래서인지 최근 드라마에 있어서 최근 가장 중시하는 것이 ‘때깔’이다. 조금 더 먹물 냄새 나는 워딩으로 표현한다면 ‘미쟝센을 중시한다’라고도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구도나 연출 화면 구성 카메라 선택 등 모든 면에서 대본 만큼 공을 많이 들인다. 특히 아웃포커싱으로 ..

프로그램 비평 2021.10.13

달리와 감자탕, KBS2에서 만나는 달콤한 힐링

영국, 팬데믹의 여파로 엔터테인먼트쇼의 인기 급등 영국에서는 2020년 시청률 상위 10개 TV 쇼 중 5개를 엔터테인먼트 TV 쇼가 차지하는 등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긍정적이고 즐거운 내용의 엔터테인먼트 TV 쇼가 주목을 받게 되면서 방송사와 스트리밍 동영상 사업자들이 엔터테인먼트 TV 쇼 제공을 확대하는 양상이 목격되고 있다. 엔터테인먼트 TV 쇼는 코로나19 팬데믹 이전까지는 침체한 장르로 분류되어 있었다. 물론 자체적인 문제로 엔터테인먼트 TV 쇼가 혁신성이 미비하고, 위험을 감수하지 않으며, 20년 이상 방영되어 온 장수 브랜드에 의존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이 그대로 있었었다. 외적 변수와 내적 한계를 동시에 갖고 있었던 셈. 그러나 영국 영상 콘텐츠 제작 산업 전문 매체 Televisual은..

프로그램 비평 2021.10.05

달리와 감자탕

달리와 감자탕 : 돈만 있는 일자무식 졸부와 몰락한 미술관을 살리려는 명문가 딸이 채무관계로 얽히면서 벌어지는 로코물이고 예상대로 여자 주인공의 이름은 김달리, 남자 주인공 집안은 감자탕으로 흥한 집안이다. 이런 클리셰 범벅의 작품은 참으로 친숙하다. 소공녀처럼 귀하게 자라서 아버지의 파산으로 맞이하게 되는 가난 그 속에서 무식하고 거칠고 서툰 사내와의 로맨스는 지금 이 순간에도 케이블 어느 채널에서 나오고 있을 것이다. 달리와 감자탕도 비슷한 흐름이다. 주인공인 달리(박규영)는 세상 똑똑하고 씩씩한 캔디지만 혼자서는 끼니 해결이 어려울 정도로 곱게 자랐고 예상대로 아버지의 죽음과 파산으로 큰 어려움을 겪게 된다. 반대로 돈돈 F&B의 진무학(김민재)는 세상의 모든 물건을 감자탕을 기준으로 계산하는 전형..

프로그램 비평 2021.09.23

갯마을차차차

이 드라마의 원작은 영화 홍반장이다. 실제 구성은 오지호와 한예슬이 주연으로 나온 환상의 커플과 비슷한 느낌이 난다. 실패한 또는 위기에 처한 도시녀와 돈이면 뭐든 하는 핸디맨 시골남자 구성이기 때문이다. 영리한 상업적 선택이라고 본다. 이 자체로 익숙해서 편하게 시청을 유도할 수 있다. 이 드라마의 첫번째 장점이다. 또 시대에는 맞는 드라마다. 코로나 시대에 갈등이 가득한 드라마는 선택받기 어렵다. 그냥 편하게 예쁘게 보면 시청자들은 만족한다. 두번째 장점이다. 비주얼도 훌륭하다. 어촌을 배경으로 한 구성도 좋다. 비주얼이 참 좋다. 예쁜 색감을 만들어 내는 촬영의 감도 좋고 한땀한땀 정성들인 장면 구성도 마음에 든다. 무엇보다 신예 김선호와 언제나 미모 리즈 갱신인 신민아의 궁합은 딱이다. 그런데 다..

프로그램 비평 2021.09.22

트로트와 세이의법칙

세이의 법칙이란 경제학 이론이 있다. 지금은 이름만 남았지만 한때 고전 경제학의 핵심법칙으로 시대를 지배했던 이론이기도 하다. 세이의 법칙은 쉽게 말해 공급이 수요를 창출한다는 말이다. 추가적인 공급이 있으면 그로 인해 다시 한번 추가적인 수요가 발생해 공급물량을 소화한다는 개념. 사실 현실에서 이러한 현상이 적용되기엔 한계가 많고 전체 시장에서 한 단면만을 설명하는 이론에 불과하지만, 가끔 아주 가끔 세이의 법칙이 일상생활에서 적용될 때가 있다. 마치 지금의 트롯 시장의 모습처럼 말이다 그늘 속에 있던 트롯, 대중의 관심속으로 트롯이라는 장르는 기본적으로 트렌디한 음악과는 거리가 있는 장르였다. 음정을 중시하던 대중가요가 비트 중심으로 바뀌게 되면서 5음계에 4분의 2박 또는 4분의 4박을 기본으로 하..

프로그램 비평 2021.09.15

행동경제학 속 휴리스틱 그리고 일일극

질문으로 시작해보자. 당신은 모든 상황에서 이성적이고 합리적인가? 아마 아닐것이다. 모든 상황에서 인간은 집중력을 발휘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직관 또는 어림짐작으로 판단을 내려야할 경우가 적지 않다. 뇌는 기본적으로 게으르기 때문이고 또 이 패턴이 결과적으로 효율적인 경우도 많다. 전문용어로 휴리스틱(Heuristics) 이론이라고도 한다. 휴리스틱이란 휴리스틱은 직관 혹은 직감에 따라 의사결정을 하는 방식을 의미하는 것으로 시간이나 정보가 불충분하여 합리적인 판단을 할 수 없거나, 굳이 체계적이고 합리적인 판단을 할 필요가 없는 상황에서 신속하게 사용하는, 즉 흔히 말하는 어림짐작이다. (책 "넛지"에서는 어림감정 또는 경험법칙이라고도 번역되기도 했다). 위에서 보면 휴리스틱이라는 단어가 부정적으로만..

프로그램 비평 2021.09.14

대박부동산

집으로 상처받는 영혼을 위한 진혼곡, 대박부동산 일단 이 드라마 재미있다. 지상파 드라마 시장에서 오랜만에 볼만한 드라마를 만난 느낌이다. KBS 2TV 수목드라마 ‘대박부동산’(극본 하수진, 이영화, 정연서/연출 박진석/제작 몬스터유니온, 메이퀸픽쳐스)말이다. 각각의 복합적 사연을 가진 캐릭터 구성도 좋은 편이다. 자금이 더 넉넉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지만 그래도 만듦새도 상당하다. 이 드라마는 공인중개사인 퇴마사가 퇴마 전문 사기꾼과 협력하여 흉가가 된 부동산에서 원귀나 지박령을 퇴치하고, 기구한 사연들을 풀어주는 생활밀착형 퇴마 드라마다. OTT로 글로벌 콘텐츠를 소비하는 대중의 높은 눈높이를 감안한 듯, ‘K-오컬트’와 ‘부동산’이라는 이중 소구 코드로 대중의 시선을 끌고 있다. K-오컬트의 지..

프로그램 비평 2021.09.09

관심경제의 콘텐츠, 오케이 광자매

Pay Attention! ‘집중해 주세요’ 또는 ‘관심을 가져주세요’ 라고 보통 해석한다. 그런데 뜯어보면 이상하지 않나. 왜 Pay일까. 관심을 지불하다? 관심이 통화도 아닌데 왜 지불의 수단이 될까. 살짝 이상하다.재미없지만 퀴즈하나! 경제학에서 말하는 생산의 3요소는? 맞다 토지, 노동, 자본이다. 돈을 벌려면 이 3가지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2000년대 초반 전통적인 생산 3요소 대신 4요소이어야 한다고 주장한 학자가 있었다. 주인공은 토머스 데이븐포트(Davenport) 교수. 이름이 생소하겠지만 피터 드러커(Drucker), 토머스 프리드먼(Friedman) 같은 쟁쟁한 인물들과 더불어 '세계 3대 경영 전략 애널리스트'로 선정(2005년, OptimizeMagazine)되기도 했던 거장..

프로그램 비평 2021.09.05